2023년 제14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작품 목록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이미상
제 꿈 꾸세요, 김멜라
버섯 농장, 성혜령
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요카타, 정선임
자개장의 용도, ㅎ마윤이
연필 샌드위치, 현호정
첫 문장 및 첫 문단 모음 - 2023년 제14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본래 목경이 카페에서 남의 이갸기를 엿듣는 부류는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나 만나곤 한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목청껏 말하는 무신경함을 넘어 카페의 모든 사람이 자기 말을 들어야 한다는 듯 심하게 거들먹대는 사람을.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이미상
학교 음악 시간에 <메기의 추억>을 부르면 늘 같은 대목에서 궁금증이 일었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왜 메이일까. 넓적한 입에 수염이 난 물고기 메기는 아닐 텐데. 볕이 들지 않는 음악실. 수명을 다해가는 형광등 아래 아 나는 입을 벌려 노래 불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메기
-제 꿈 꾸세요, 김멜라
한동안 연락이 없던 진화에게서 전화가 왔다. 화면에 뜬 진화의 이름을 보고 기진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진화라는 사람을 까맣게 잊고 있던 것처럼. 기진은 밤사이 업데이트된 유튜브 영상을 보려던 참이었다. 방은 한낮임에도 어두웠다. 암막 커튼 사이로 얇게 스며든 빛이 침대를 칼날처럼 가로질렀다.
-버섯 농장, 성혜령
가슴이 답답하다며 동네 의원에 갔던 엄마는 영양 주사를 맞고 돌아왔다. 벌써 세번째였다. 나는 엄마에게 빘나 주사를 왜 자꾸 맞는 거냐고 물었다. 엄마는 토라진 표정으로, 너와 같이 사는 게 불편하고 눈치가 보여서 자주 아픈 거라고 말했다. 우리는 함께 분갈이를 하다 말고 자주 말다툼을 했다. ㅇ머마가 방으로 들어간 뒤에 나는 강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 뮌하우젠 증후군인지도 몰라.
그게 뭔데?
실제론 아픈 곳이 없는데 병에 걸렸다고 하면서 계속 병원에 가는 거야.
-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다다미 두 장 반짜리 방 구석구석 아슴푸레한 새벽빛이 스민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진이 선물해준 달력. 한 장 한 장 뜯어 쓰는 일력이다. 한 면을 가득 채운 '8'이라는 숫자와 '金'이라는 한자 아래 '라디오 생방송 전화 인터뷰, 오후 5시 35분'이라고 적혀있다. 실제로 읽을 수 있는 글자는 '라디오'와 숫자뿐이지만.
-요카타, 정선임
처음 자개장으로 들어간 날, 나는 엄마의 절반만했다. 우리는 자개장 앞에 서 있었다. 엄마가 오른쪽 문에 그려진 보름달을 가리켰다. 자개로 만든 달에 우리 얼굴이 비쳤다.
엄마가 속삭였다. 이건 공놀이 같은 거야.
-자개장의 용도, 함윤이
꿈에 연필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그것이 꿈의 규칙이었다. 두 장의 식빵 사이에 연필들을 빽빽하게 끼워 먹을 것. 그 밖에, 그러니까 연필 외에 양상추 따위 다른 재료의 호라용은 자유였다. 예컨대 마요네즈와 토마토의 신맛으로 연필의 연필 맛을 덮어 눌러도 됐다. 덮어 누를 수 있다면.
-연필 샌드위치, 현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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