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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가/소설문장모음

톨스토이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 첫 문장 모음

by 가을빛혜미 2023. 9. 11.

 

톨스토이 단편선

 

 

레프 톨스토이

북트랜스 (옮긴이)

북로드 출판사

 

초판 1쇄 인쇄 2014.2.20

초판 1쇄 발행 2014.2.25

 

 

 

 

 

 


 

 

톨스토이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 첫 문장 모음

 

 


 

 

 

 

 멜빈스키 재판의 휴정 시간, 판사들과 검사들이 법원 건물 내에 있는 이반 예고로비치 세베크의 사무실에 모였다. 대화는 어느새 그 유명한 크라소프 사건으로 옮겨갔다. 표도르 바실리예비치는 열을 내며 그 사건은 애초에 사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이반 예고로비치는 그에 맞서 자기 의견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처음부터 둘의 논쟁에 개입하거나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방금 배달된 신문 <베도모스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반 일리치가 죽었답니다!"

 "설마 그럴 리가?"

 "여기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오."

 그는 이렇게 말하며 표도르 바실리예비치에게 신문을 넘겨주었다. 신문에서는 아직도 갓 인쇄된 잉크 냄새가 풍겼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옛날 한 구두장이가 아내와 자식을 거느리고 농가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그는 집도 없고 땅도 없이, 다만 구두를 고치거나 만드는 일을 하며 먹고살았다. 하지만 빵값은 비싸고 구두 만드는 품삯은 헐해서, 버는 족족 먹을 것만 사도 모자라는 형편이었다.

 구두장이와 아내는 양가죽 외투 한 벌을 함께 나눠 입으며 지냈는데, 그마저도 닳아 떨어져서 누더기가 다 되었다. 그래서 새 외투 만들 양가죽을 사야겠다고 벼르던 게 벌써 2년째였다.

 가을이 되자 구두장이는 돈을 조금 모을 수 있었다. 3루블짜리 지폐를 아내의 옷장 속에 보관해 두었고, 또 마을 농부들에게 받을 돈도 5루블 20코페이카 가량이나 되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셈을 해보았다.

 '농부들에게 5루블을 받고 갖고 있는 3루블을 보태면 양가죽을 살 수 있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아주 오랜 옛날 한 나라의 어느 마을에 부유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농부는 슬하에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두었다. 무관인 세몬, 배불뚝이 타라스 , 바보 이반,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딸 말라냐가 그들이었다. 무관 세몬은 왕을 위해 싸우러 전쟁터에 나갔고, 배불뚝이 타라스는 장사를 배운답시고 장사치 밑으로 들어갔고, 바보 이반은 집에 남아 누이와 함께 살면서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전쟁에서 공을 세워 높은 벼슬과 땅을 얻은 무관 세몬은 귀족의 딸을 아내로 맞이했다. 하지만 세몬은 땅도 많이 가지고 있고 들어오는 돈도 많았는데도 늘 돈에 허덕였다. 남편이 돈을 벌어오기 무섭게 아내가 귀족 생활을 유지하느라 돈을 펑펑 써댔던 것이다. 그래서 세몬의 수중에 돈이 모일 날이 없었다. 돈이 떨어진 세몬은 도조를 거둬볼까 하고 농장으로 갔다. 그러자 마름이 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한테는 도조를 바칠 것이 없습니다. 가축이며 농기구며 말, 소, 쟁기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곡식이 있겠습니다. 곡식을 거두려면 먼저 이런 것부터 갖춰야 합니다."

 

-바보 이반, 톨스토이

 

 

 


 

 

 

 어느 거리 지하의 작은 방에 마르틴 아브제이치라는 구두장이가 살고 있었다. 그의 방에는 창문이 하나밖에 없었고, 큰길 쪽으로 난 그 창 너머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물론 지하에서는 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마르틴은 구두만 보고도 누구인지 알았다.

 오랫동안 그곳에 살고 있는 마르틴은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다. 그 거리에 구두 수선으로 한두 번쯤 마르틴의 신세를 지지 않는 사람인 없을 정도였다. 그는 사람들이 구두창을 새로 갈아주거나, 터진 부위를 다시 꿰매주었고, 개중에는 새 가죽을 덧대어준 것도 있었다. 그래서 마르틴은 창 너머로 자기가 수선한 구두를 볼 때가 많았다.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톨스토이

 

 

 


 

 

 

 도시에 사는 여인이 시골에 사는 여동생의 집을 방문했다. 언니는 도시에 사는 상인과 결혼했고, 동생은 시골에서 농부와 결혼해 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자매는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다 언니가 자신의 도시 생활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시 생활이 얼마나 안락하고 편안한지, 자기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옷을 입히고 얼마나 좋은 것을 먹고 마시는지, 또 얼마나 자주 마차를 타고 연극을 보러 가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늘어놓았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톨스토이

 

 

 


 

 

 

 두 노인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나기로 했다. 한 사람은 예핌 티라스이치 세베료프라는 부유한 농부였고, 다른 한 사람은 예리세이 보드료프라는 남자로 그럭저럭 사는 편이었다.

 농부 예핌은 술 담배도 하지 않고 평생 욕 한 번 한 적 없는 우직하고 고지식한 성격이었다. 심지어 코담배도 하지 않았다. 모든 일을 엄격하고 빈틈없이 처리는 예핌은 마을 촌장을 두 번이나 지내는 동안 1코페이카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해냈다. 예핌은 아들 둘과 벌써 결혼한 손자까지 대가족이 모두 한집에 살았다. 길다란 턱수염은 살짝 희끗한 정도였고 등도 전혀 굽지 않은 그는 얼핏 보이기에 건장한 사내였다.

 

-두 노인, 톨스토이

 

 

 


 

 

 

 어느 골짜기에 아이들이 한가운데 줄이 나 있고 생김새는 씨앗 같으나 크기는 달걀만 한 물건을 발견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행인이 아이들에게 5코페이가를 주고 그 물건을 사서 궁으로 들어가 왕에게 팔았다.

 왕은 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이것이 달걀인지 아니면 씨앗인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현자들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이 어떤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창턱으로 암탉 한 마리가 뛰어오르더니 창가에 놓은 그 물건을 쪼아 구멍을 내버렸는데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씨앗임을 알았다. 그 즉시 현자들이 왕에게 알렸다.

 "이것은 호밀 씨앗입니다."

 

-달걀만 한 씨앗, 톨스토이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는 예멜리얀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들일을 하러 가던 그는 벌판에서 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예멜리얀이 발밑에서 폴짝폴짝 뛰는 개구리를 밟은 뻔하다가 겨우 뛰어넘었을 때 뒤에서 "예멜리얀!"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뒤돌아보니 예쁜 아가씨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예멜리얀, 당신은 왜 결혼을 안하세요?"

 그러자 예멜리얀이 대답했다.

 "누가 나한테 시집을 오겠어요?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 말고 아무것도 없는데요."

 아가씨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당신한테 시집가는 건 어때요?"

 

-머슴 예멜리얀과 빈 북, 톨스토이

 

 

 


 

 

 

 아들 셋을 둔 아버지가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눠 주기로 결심하고 먼저 큰아들에게 돈과 땅을 나주면서 말했다.

 "나처럼 살아라. 그러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느리라."

 큰아들은 자기 몫의 재산을 상속받고는 생각했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처럼 살라고 하셨어. 아버지는 즐겁게 사셨으니 나도 그렇게 살면 되겠지."

 

-세 아들, 톨스토이

 

 

 

 


 

 

 

 어느 마을에 이반 쉬체르바코프라는 농부가 살고 있었다. 몸이 튼튼한 그는 마을 최고의 일꾼으로 불렸고, 넉넉한 살림에 성장한 아들이 셋이나 있었다. 큰아들은 결혼했고, 둘째 아들은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으며, 셋째 아들은 미흡하나마 서서히 짐도 나르고 밭일도 돕기 시작한 나이였다. 더구나 현명하고 똑 부러지게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는 아내에 고분고분 일 잘하는 며느리까지 얻어 이반의 가족은 늘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불은 놔두면 끄지 못한다, 톨스토이

 

 

 


 

 

 

 농노 해방 전의 일이다. 그때는 별별 지주가 다 있었다. 자기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하느님을 믿으며 농노들에게 동정을 베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보다 악독한 자들도 있었다. 그중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격으로 농노였는데 단번에 귀족이 된 지주들만큼 농노들을 혹독하게 부리는 자들도 없었다. 그런 자들 때문에 농민들은 비참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농민들은 심지어 어떤 토지에 부역을 나기도 했다.

 

-촛불, 톨스토이